
MINJEONG21'S ROOM
최민정의 방 - 체감 33.2℃, 습도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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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을 열었다
서랍을 닫았다
옷을 꺼냈다
옷을 넣었다
빨래를 걷었다
빨래를 널었다
창문을 열었다
창문을 닫았다
제목: 에어컨 틀자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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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서 빨간 버스를 타고 학교로 향했다.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나는 잠이 들었다.
문뜩 눈을 떠보니 이미 서울이었다.
해가 쨍쨍한 여름 날씨를 구경하다가 잠실 롯데타워가 눈앞에 다가왔다.
갑자기 창밖이 흐려지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번 정류장은 잠실대교남단입니다”
아 우산 안 가져왔는데… 신발도 슬리퍼 신고 왔는데…
잠실대교를 건너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비쩍 마른 도로가 보이고,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해가 쨍쨍한 창밖 풍경이 보였다.
뭐지… 내가 지금 꿈을 꾸나? 알고 보니 이세계로 넘어가는 포털….?
“이번 정류장은 잠실대교북단입니다”
하차 벨을 누르고 내릴 준비를 했다.
비가 안 내려 정말 다행이었다.
초록 버스로 갈아타서 다시 학교로 향했다.
마른 도로가 갑자기 어둡게 변하고, 창밖 색깔도 다시 회색빛이 되었다.
아까 맞은 빗방울이 채 마르기도 전에 버스 유리창에 또다시 물방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젠 정말 당황스럽다. 학교에 있는 친구들에게 톡을 보냈다.
“거기 지금 비 오니? 일단 광진소방서는 비가 겁나 오셔”
“? 학교 비 안 오는데?”
….. 이것들이 날 놀리나?
버스는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고 어린이대공원을 옆에 두고 달렸다.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걸어가고, 가방을 쓰고 뛰어갔다.
창밖 풍경은 꽤나 급박했고, 여전히 비는 쏟아지고 있었다.
“이번 정류장은 어린이회관입니다”
…
…
…
???????????
사람들이 우산을 들고 걸어 다녔다.
창밖에 회색이 빠졌다.
나는 학교 후문 앞에 내렸다.
바닥은 축축했지만 내 머리 위로 물방울 하나 떨어지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졌다.
다시 비가 내리기 전에 학실에 골인해야 했다.
해는 쨍쨍, 바닥은 축축, 매우 습하고 더운 날씨였지만 걸음을 재촉했다.
학실에 도착했다.
친구들과 요즘 날씨와 기후환경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던 그때
“이젠 난 모르겠다, 날씨 변덕 수준이 거의 PMS셔”
학실 유리창에 빗방울이 맨몸 박치기를 하고 있었다.
2023. 07. 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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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세탁기에 들어간 빨랫감처럼 물에 푹 담졌다.
끝도 없이 내리는 비와, 끝도 없이 젖어가는 공기, 그리고 끝도 없이 올라가는 습도.
에어컨, 제습기를 풀가동해도 그나마 괜찮아져도 만족스럽지 않다.
해가 쨍쨍해지고 비로소 온 세상이 마르면서 쾌적해진다.
난 세탁기에 들어간 빨랫감처럼 물에 푹 담겼다.
끝도 없이 내리는 비와, 끝도 없이 젖어가는 공기, 그리고 끝도 없이 올라가는 습도.
에어컨, 제습기를 풀가동할 에너지도 돈도 없다.
해…
나에겐 언제 쨍쨍한 해가 뜰까?
제목: 내 날씨는 365일 장마철